나는 영화는 다시 보더라도 드라마는 좀처럼 다시 보지 않는 사람이다. 영화는 다시 보더라도 끽해야 2시간인데 드라마는 그 10배인 20시간을 쏟아부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동백꽃 필 무렵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근데 알고 봐도 이렇게 재밌을 일인지. 넷플릭스에서 한글 자막 켜고 다시 보는데 전에 보고 웃었던 같은 장면에서 또 빵빵 터진다. 알고 봐도, 다시 봐도 재밌다. 드라마 하나 보면서 희로애락이 다 느껴지는 인생드라마 넘버원이다.
[동백꽃 필 무렵 줄거리/장르]
동백꽃 필 무렵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KBS2에서 방영했던 드라마인데 40부작이라고 되어있지만 한 번에 2부가 방영되는 거라 20회라고 보면 된다. 줄거리를 보면 단순 로맨스 드라마라고 생각되는데 사실 많은 장르가 짬뽕되어 있다. 큰 틀에서 로맨틱코미디/휴머니즘/추리가 주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 등장인물]
동백꽃 필 무렵이 정말 대단한 이유 중에 하나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듯이 매력있고 통통 튄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동백' 캐릭터는 그 어디에서 봤던 캐릭터들보다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역대급 캐릭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양미숙'의 모습도 언뜻 보인다. 소신있게 할 말은 다 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런 동백이와 촌놈 황용식의 앙상블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완벽하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을 빛나게 한 건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역할도 크다. 밉상이지만 싫진 않은 강종렬&제시카 커플. 노규태&홍자영 커플은 모든 드라마 통틀어 내 최애 커플이 되었고, 향미, 필구, 곽덕순, 정숙 캐릭터 또한 눈물 한 번씩은 쏙 빼게 만들었다. 톡톡한 감초 역할을 했던 옹산 시장 식구들까지. 드라마가 끝나도 옹산에서 계속 살아갈 것만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이다.
[동백꽃 필 무렵 작가]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도대체 동백꽃 필 무렵의 작가가 궁금해질 거다. 작가 이름조차 모르고 봤는데 매화 매순간을 명대사, 명장면으로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미쳤기 때문이다. 동백꽃 필 무렵으로 온갖 상을 다 휩쓸어서 이제 나름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작가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작가 피셜 '성별도, 나이도 없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 하에 임상춘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다.
쌈, 마이웨이로 첫 미니 데뷔를 했다는데 안 본 드라마임에도 임상춘 작가 이전 작품이라니 궁금증이 생긴다. 백희가 돌아왔다도 동백꽃 필 무렵을 다 본 이후에나 봤는데 이 작품 또한 기발하고 재밌었다. 4부작의 짧은 드라마라 부담 없으니 동백꽃 필 무렵을 재밌게 봤다면 이 작품 또한 추천한다.
아래 인터뷰는 임상춘 작가의 쌈, 마이웨이 종영 이후의 인터뷰다. '착한 사람들의 소소한 갈등'을 좋아한다는, 그래서 '촌스럽고 투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동백꽃 필 무렵이 나올 수 있었던 작가의 따뜻한 의도와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다.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며 계속 사람 내음 나는 따뜻한 드라마를 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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