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무미건조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면서 그나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 책은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이다. 퇴사를 생각하면서도 작가가 말하는 '유능한 사람'이 된 후에야 관두고 싶어지는 그런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서점에서 흔히 보이는 힐링책이랍시고 '~해도 괜찮아'류의 책보다는 더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네, 저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더 큰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는 좀 다른데, 두려운 상황이 점점 줄어들고,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편안하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딱 내가 바라던 바가 이것과 같았다. 두려운 상황이 점점 줄어들고,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편안하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 회사에서 유능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갖고 일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회사가 돌아가는 게 파악되는 때부터 이런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직장은 일상을 구성하는 첫 번째 제약 조건이라서 '직장인'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하루 일주일 1년의 생활 주기가 대체로 결정되어버린다."
직장인의 숙명이다. 직장이 일상을 구성하는 제약 조건이 되어버린다는 것? 퇴사한 지금으로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되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그것은 나의 존재를 보호할 능력이 내게 있다는 단단한 감각이다."
"그러려면 뭐, 다른 비결은 없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이는 것, 그게 글쓰기든 요리든 달리기든 그림 그리기든 무엇이든. 시간을 들인 효과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알게 된다."
직장에서의 일이든 취미든 무언가를 잘하려면 묵묵히 시간을 들여야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정답을 알고있지만 막상 그렇게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거리감이 주는 자유로움은 동일시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나만 알고 있어도 충분한, 자기완결적 우주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나의 그 우주 안에서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세상 쓸모 없(어도 되)는 이 일 때문에 나에게 부과되는 모든 쓸모 있(어야 하)는 일들의 무게가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순간. 내 일상 속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제현주 작가의 취미는 스키를 타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다. 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 생활을 할 때 이런 기분을 느끼곤 한다.
"당장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일은 가장 먼저는 먹고사는 수단이어야겠지만, 행복하게 일하는 데에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직장생활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 일이 나한테는 단지 먹고사는 수단에 불과해 일하는 데 행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한테도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일관성이 진정성의 표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늘 한 가지 모습이어야 진정한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특정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일을 잘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굳이 일을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일을 잘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줘야한다는 것.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백종원쌤, 오은영쌤은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하는 일로 하여금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었으면 좋겠다.
제현주 작가는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대표이기도 하다. 유튜브 EO 채널에서 ESG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자로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인상깊게 보아 책까지 찾아 읽게 되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본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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